수업설계의 원칙

비 CS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코딩 수업에는 단일한 해법이 있지 않습니다. 특히 대상이 예술/창작자가 될 때에는 컴퓨팅의 이론적, 실용적 접근 외에도 여러 방법이 가능해지고, 항상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해야 할 예술/창작자를 위해서라면 더욱 그 방법이 다양한 경계를 넘을 수 있어야합니다.

현재 비 CS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컴퓨팅/코딩 교육은 다음과 같은 시도들이 있습니다.

  • 70년대 부터 이어져오는 LOGO/Scratch 등의 구성주의(Constructionism) 접근
  • HW / SW 로 구성된 로봇 등을 이용해 단계별로 알고리즘적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접근
  • Maker 문화로 확산된 실용적/비실용적 제작과 STEAM 교육
  • Maker 문화에 이어 창업가 정신을 결합한 제작 교육
  • CS언플러그드 기반의 교육
  • 미디어아트 분야의 작업매체로써의 컴퓨팅 교육
  • 등등...

이번 서울예대의 <창의적 컴퓨팅 입문> 수업을 설계하면서 중심에 둔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술으로서의 코드(컴퓨팅)가 아닌 메타미디어로서의 코드(컴퓨팅)
  • 어떤 대단하고 거대한 디지털 완성물을 만드는게 아닌 끄적거리는 낙서와 글로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하듯 코드가 그런 표현 매체의 하나가 되고 이를 통해 생각의 관점이 하나 더 늘어나는 경험을 해보기 (이를 Scratch를 만든 MIT LLK 교수인 미첼 레스닉은 큰 창의성 'C'reativity 가 아닌 작은 창의성 'c'reativity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 목표를 달성하는 수업을 설계하기 위해 아래와 같은 몇 가지 메타적 원칙을 만들고 수업과정을 설계/진행하였습니다.

환경 바꾸기

창의적인 생각을 돕고, 배움의 태도에 변화를 주기 위해 환경을 바꾸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대학은 대표적인 배움의 공간이지만 학생에게는 일상의 공간이기도 해서 배움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일상의 교실이 아닌 미술관 같은 새로운 공간에서 더 몰입이 일어나기도 하지요.

새로운 수업환경을 위해 3가지 영역에서 환경을 바꿔보고자 노력했습니다.

  1. 창의적인 배움이 일어날 수 있는 워크숍룸
  2. 붙박이가 아닌 표현매체의 일부가 되는 컴퓨터
  3. 학생 간의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수업방식

<img : new workshop room.png>

강의실과 책상을 새롭게 설계하였습니다. 특히 책상의 경우 배치 형태에 따라 다른 모양이 나올 수 있는 모듈형으로 제작해서 학생들이 필요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img : pairs laptop.png>

일반적인 컴퓨터랩 수업에서는 컴퓨터의 위치에 따라 학생의 배치가 결정됩니다. 이번 수업처럼 놀이같은 창작을 위해서는 붙박이 컴퓨터보다는 자유롭게 이동 가능한 랩톱을 2인 1대로 사용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창작하고 서로 나누는데 더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2인 1대의 랩톱 및 기타 컴퓨팅 매체의 사용은 비용을 절약하는 효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컴퓨터 자체에만 몰입하는게 아닌 학생과 학생관에 소통을 만드는 동적인 수업환경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를 애자일 개발방법론에서는 짝프로그래밍1 이라고 부르며 학습환경에서는 큰 도움이 됩니다. 이번 수업에서는 '드라이버-내비게이터' 모델을 은유로 짝프로그래밍이 한정된 자원을 나눠쓰는 제약이 아닌, 수업 내용에서 더 소통과 공유의 기회를 주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컴퓨터에서 거리두기 (unplugged experience)

컴퓨팅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 꼭 컴퓨터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언플러그드 활동과 같이 컴퓨터 자체가 아닌 컴퓨팅의 개념에 대해서 더 생각해볼 수 있는 활동을 통해 이 수업이 기술을 배우는게 아니라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는 것을 느끼도록 설계했습니다.

생각하게 하는 오브젝트 (Object to think with)

이 수업은 컴퓨터를 배우는게 아니라, 컴퓨팅 매체를 통해서 생각하고 표현하는 경험, 즉 메타미디어로서 컴퓨팅을 사용해보는게 목적입니다. 그러기 위해 스크래치와 같은 코딩언어나 각종 피지컬 컴퓨팅은 배워야할 대상이 아닌 관점을 변화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매체(object-to-think-with)가 되어야합니다.

Doing with Images

컴퓨팅 혹은 코딩을 배우다보면 자칫 문제해결을 위한 논리적인 알고리즘처럼 추상도가 높은 사고방식에 대해 집중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새로운 언어로 처음부터 논문이나 소설을 쓰려는게 아닌, 이제 막 언어를 접한 아이처럼 먼저 옹알이를 하고, 만지작 거리며 놀면서 그 감각을 느껴야합니다. 컴퓨팅 매체도 바로 이런 접근에서 시작한다면 더 본능적으로 배울 수 있게 된다 생각합니다.

[관찰 - 놀이 - 회고] 반복

수업은 지식을 단순히 익히고, 정해진 예제를 연습하는게 아닌, "관찰-놀이-회고"의 반복이 일어나도록 설계했습니다. 강단에 서 있는 사람에서가 아닌 내 옆의 친구와 소통하면서 스스로 관찰하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새로운 생각이 드는지 회고할 수 있도록 수업은 진행되어야 합니다.

Mathland & Open Source Community

우리가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 단순히 책으로 배우기 보다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살면서 경험하는게 더 효과적입니다. 이처럼 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컴퓨터를 기술적으로 잘 사용하는 방법이 아닌, 컴퓨팅 매체를 기반으로 읽고, 쓰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경험을 체화하게 됩니다.

1. 짝 프로그래밍, https://en.wikipedia.org/wiki/Pair_program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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